사라지는
어 그러니까 우시모니?

 

 

 

 

밤, 이후

 

 

 

 

 우시지마, 하고 부르는 목소리는 꽤나 조심스러웠다. 매사에 조심스럽다 싶은 사람이기는 했지만, 유독 어조가 불안하다 싶어 그는 대답을 하는 대신 눈을 떠서 팔 아래로 누워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봤다. 부드러운 곱슬머리, 제법 하얗다 싶은 피부, 진하고 두꺼운 눈썹, 외유내강─부드러운 인상에 숨겨진 고양이 같은 눈매, 지금 이순간 불안하게 떨리고 있는 눈동자, 웃으면 옴폭 들어가는 인디언보조개가 있는 뺨, ……. 유약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지만 땅 같은 강직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똑 부러지는 강직함도 소용이 없는 모양이라고 우시지마는 생각했다. 불안하게 우시지마를 바라보던 이는 이어 손으로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추었다가 덮으며 눈을 꼭 감았다.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우시지마는 생각했다. 생각했다. 카나메. 나지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꼭 감고 있던 눈을 겨우 뜨는 것을 보며 조금 장난을 칠까 싶지만, 제 유머가 그렇게 유머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우시지마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여전히 불안해보이는 기색이었다.

 

 

 어제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 배구부 후배들과 만나는 자리에 나갔던 날이었다. 분명 그가 주량이 적은 편은 아니었건만, 후배들은 그보다도 더 무지막지한 모양이었다. 그는 술에 몸을 담갔다가 나온 것처럼 지독하게 술냄새를 풍기며 들어왔었다. 꽤나 심하게 취했는데도 어떻게 집에까지는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우시지마는 물론 그의 핸드폰에 금방 들어온 문자에 그것이 그 후배들의 배려─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심하게 취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어쨌든─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를 거의 안아들다시피 하여 방으로 데려가던 우시지마는 술기운에 잔뜩 풀어진 눈매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제대로 초점도 못맞추는 눈동자를 마주하다 침대로 시선을 돌린 그는 그 눈에 빛이 도는 것을 채 보지 못했으리라.

 

 아, 와카─토시?

 …카나메?

 

 부끄러워 좀처럼 이름을 부르지 않던 그가 반쯤 풀린 혀로 간신히 제 이름을 부르는 것에 우시지마는 당황했다. 이어 입술에 문질러지는 술냄새도. 그리고, 거하게 쏟아내는 것에도. 그 뒷수습을 하는 것은 상당히 오래 걸렸다. 일단 제 옷과 그의 옷을 벗고, 씻고, 처참한 현장을 치우고 좀처럼 빠지지 않는 그 냄새를 치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리고 잠에 들 법도 한데 자지도 않고 제 이름을 속삭이며 입을 맞추는 모니와의 술버릇, 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 행동 때문에 우시지마는 잠을 설치고 말았다. 그리고 언제나 가던 새벽운동도 가지 못했다.

 

 

 그, 있잖아, 내가 어제 무슨 실수…하지 않았어?

 불안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에 우시지마는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모니와의 눈썹 사이가 가볍게 찡그려졌다. 실수했구나, 하고 말하는 것이 들리는 것 같아 그는 덧붙였다. 이름을 부른 것은, 실수가 아니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호로록 불타는 고구마가 된 것처럼 얼굴을 붉히는 그를 보며 그는 조금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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