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마츠하나(+오이이와)


 

 



 

 


 

"올해는 봄이 늦게 올 모양이야. 영, 꽃이 안 피더라고."

 

 굉장히 고민된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한숨을 폭 쉬는 마법사를 물끄러미 보던 마츠카와는 천장을 보다가 제 맞은편에 앉은 이를 보다가 다시 그를 바라봤다. 뽀송뽀송한, 하얀 테이블보 위로 마법사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찻잔이,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스콘 따위가 있는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제멋대로 자신들을 마법으로 불러내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기에 익숙하기는 했지만, 저가 머무르는 주변에서 흙을 고르고 있던 중에 불러냈기에 조금 마음에 걸렸다. 말랐던 흙을 갈아엎어 촉촉한 흙이 바깥으로 드러났을 때 작업을 해야하는데 괜찮을지. 마츠카와는 제 능력을 아직 제대로 조절하지는 못하지만, 영 성미가 제멋대로인 마법사한테 받은 씨앗을 제대로 심고 싶었다. 맛층은 제멋대로 싹이 나게 할 줄 아니까, 막았어. 사실, 안 만졌어도, 안 났을 수도 있는데…. 하여튼, 꽁꽁 막아뒀으니까, 안될걸? 제대로 키워줘. 귀한 씨앗이랬거든. 왜 하필이면, 자신이 그 씨앗을 심으려고 할 때 불러온 것인가. 마츠카와는 알 수 없었다. 마법사의 투덜거림에 제 맞은편에 앉은 이─하나마키는 웃으며 벽을 가리켰다.

 

"거─짓말. 여기, 이렇게 꽃이 폈는걸?"

"그건 너네가 와서 그렇지. 아아, 큰일이야! 어쩌면 좋지, 이와쨩?"

"그걸 왜 나한테 묻냐."

 

 귀랑 꼬리를 꺼낸 체, 의자 끄트머리에 걸터앉아서 꼬리로 남은 의자를 툭툭 치고 있던 이와이즈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바깥으로 돌렸다. 그러다가 시큰둥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봄이 오면 좋겠으면, 얘네를 데리고 바깥으로 다니던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그러면 잔뜩 뉴스에 뜰거야. 하아, 어쩌면 좋담. 그냥 두는 게 맞기는 하지만, 유독 늦은 거 같단 말이지. 그런 말을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을 보며 마츠카와는 어깨를 으쓱했다. 테이블 기둥을 살짝 감싸고 있는 덩굴을 발끝으로 살짝 만지며 꽃을 피우면서 딴짓을 하던 하나마키는 이윽고 고개를 들어서 맞은편에 앉은 마츠카와에게 시선을 뒀다. 이윽고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며 제 팔을 덥썩 잡아오는 것에 마츠카와는 팔을 빼고 싶었다. 피부 아래의 핏줄을 보여주는 것처럼 돋은 이파리들이 이윽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다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하아. 푸르던 싹들에 꽃들이 피는 것을 반쯤 감은 눈으로 흘끗 보다가 마츠카와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렸다. 그 기다란, 정말 길고 긴 금발머리칼을 땋아서 꽃들을 빼곡히 꽂은 그 머리는 비록 실제가 아니었지만 아름다웠다. 비록 제 팔은 핏줄이 돋고 새싹도 돋은, 보통 남자의 팔이었지만 꽃이 피니 퍽 괜찮아보였다. 마츠카와는 곧 붙잡힌 팔에 힘을 빼고 하나마키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 사이에도 혼자서 열심히 방법을 강구하던 마법사는 그 모습을 보고 눈썹을 도깨비처럼 구기며 소리쳤다.

 

"뭐야, 둘이 연애라도 해? 같이 고민해줘!"

 

 그 말에 마츠카와는 난처한 얼굴을 하며 네, 네, 하고 심통난 아이 마음을 풀어주려는 것처럼 답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꽃이 어느새 소복하게 핀 제 팔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정말 난처했다. 마츠카와는 뒤늦게나마 팔을 빼냈다. 이미 팔은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어, 마츠카와, 얼굴이 빨……. 놀리는 말투로 빨갛다고 말을 하려던 하나마키는 곧 제 입을 스스로 막아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분명 알록달록 피던 꽃들이 팔꿈치에 가까워질수록 비슷한 색이 되던 것이었다. 저 작디작은 보라색 꽃들이 무엇인지, 하나마키는 알고 있었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의 얼굴이 아주 발갛게 달아오르자 마법사는 끄으응, 하고 주먹을 꾹 쥐고 말았다. 그 셋을 바라보던 이와이즈미는 다만 하품을 할 따름이었다.

 

 

 

 

 

 

:: 오늘 걷던 길에 한 쪽에 제비꽃이 가득 폈더라구요. 역시 봄은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제비꽃은 어느색이든 간에 꽃말이 귀엽죠. 본 글은 캣펜님(@hai_catfein)과 cha cha님(@Im_CaRRR)의 마녀 AU를 바탕으로 한 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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