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이와오이인지 오이이와인지 여튼 두 사람이 나오는 글

 

 

 

늦겨울, 감기

 

 


 

 

 늦겨울이 제일 무섭다고, 햇빛이 따뜻하고 바람이 춥지 않길래 옷차림이 제법 얇아지기가 무섭게 추워졌다. 반쯤 들여놨던 옷을 다시 꺼내면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겨울은 여러모로 조심해야하는 계절이니 꽁꽁 챙겨입을 수 밖에 없었다. 따뜻한 점퍼에 단단하게 두른 목도리, 부드러운 털모자까지 챙겨쓴 이와이즈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전히 코타츠에서 나올 생각이 없을 오이카와를 생각하자면 말이다. 잘 걸리지도 않는 감기에 걸려 끙끙거려 그의 마음을 어찌나 불편하게 했던가. 이와짱, 나 머리 아파. 콧물도 나오고, 목도 부어서 따끔따끔하고─ 감기에 잠긴 목소리로 웅얼거리던 것에 왜 감기에 걸렸냐, 망할 카와, 라고 평소처럼 윽박지르는 대신에 머리를 살살 만져주고 말았다. 물론 그 행동에 뭐야, 이와짱, 하면서 이상한 걸 본듯한 얼굴을 하길래 기분이 팍 상해서 등을 퍽 치고 나온 그였다. 조금 상냥하게 해달라고 말하던 것이 생각나서, 는 아니었지만 그런 얼굴을 하면 자신은 뭐가 되는 것인가. 그는 괜히 길바닥에 유난히 도드라진 돌을 발로 툭 찼다. 앞으로 튀어 굴러가는 돌맹이. 무릎에 마트 상표가 큼직하게 그려진 비닐봉투가 툭툭 닿았다. 하필 감기에 걸려도 콧물에 기침에 온갖 감기를 다 걸려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죽 만드는 방법을 되뇌이고 있었다. 입김이 흩어졌다.

 

 

 다녀왔습니다. 하는 소리를 하며 들어온 집안은 따뜻하다 못해 뜨끈했다. 얼마나 방 온도를 높인건지. 침대에 누워있으라고 했건만 그는 여전히 코타츠에 담요를 덮어쓰고 앉아 있었다. 이와짱, 아이스크림 사왔어? 라는 철없는 소리를 해대는 얼굴을 바라봤다. 코를 어찌나 풀었는지 코끝이 하얗게 일어난 것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거울이라도 보여줘야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과는 별개로 이와이즈미는 주먹을 움켜쥐고서 그의 머리에 묵직하게 꿀밤을 먹였다. 앗, 아파, 이와쨔앙, 하고 울먹거리는 소리를 내지만 그는 코웃음을 쳤다. 넌 아파도 싸. 말도 더럽게 안 듣지. 침대에서 좀 자고 있으라고 했지.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려고 하면 아프다며 머리 울린다는 우는 소리를 하던 오이카와 탓에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하는 잔소리였지만 그는 발갛게 달아오른 눈꼬리를 추욱 내리다시피 하며 중얼거리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와짱, 침대는 폭신하긴 해도 차가운 걸. 이와짱하고 같이 쓰는 게 아니면 싫어. 코타츠가 더 따뜻하고, 응? 응석부리는 목소리로 은근히 말하던 것을 듣던 이와이즈미는 그 말에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리고 말았다. 그는 비닐봉투를 들고 일어나서 부엌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천천히,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들릴 때면 불같다는 소리를 듣는 이와이즈미도 차분해졌다. 주걱으로 천천히 죽을 저으면서 그는 시간을 가늠했다. 조금만 더 끓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야채를 거의 다지다시피 작게 썰어넣은 야채죽은 제법 알록달록한 것이 볼만 했다. 불을 끄고, 가스 밸브를 잠그고. 그릇에 적당히 죽을 덜어 담고 하얀 종지에 간장을 조금 부어 담은 이와이즈미는 곧 쟁반에 그것들을 담아 내어갔다. 콜록거리며 제 입을 휴지로 막고 있던 오이카와는 기침이 멎었는지 몇 번 헛기침을 해서 그나마 목소리를 정리하고 그에게 말했다. 와, 이와짱은 정말 우리 엄마예요? 어서 먹기나 해. 먹고 얌전히 약 먹고 자고. 퉁명스럽기는 해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에 그는 발간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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