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켄히나

 

 

 

 

여름, 너

 

 

 

 

 카라스노 고등학교, 라는 학교 이름이 가슴쪽에 영어로 써져있는 하얀색 티셔츠가 흠뻑 젖은 여름날이었다. 덥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는 더위였지만, 덥다고 하면 더 덥다는 장난스러운 타박에 그 말을 꾹 눌러 삼킨 채였다. 계속 되는 패널티는 가혹하게도 산을 뛰어다니는 것이었지만, 히나타는 특유의 성격을 발휘하여 카게야마와 경쟁하다시피 힘껏 땅을 박차며 달렸다. 물론 달리고 나서는 힘들어 이마를 비적비적 손등으로 문질러 닦으며 숨을 몰아쉬곤 했지만. 해가 채 머리 중앙에까지 떠오르지 않은 아침이었지만 해는 따가웠다. 소년의 볼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물론 배구와 산에 상기된 것일테지만, 말이 그렇다. 산을 힘껏 갔다오면 양볼이 가득 부풀 정도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 물론 해바라기 같은 소년은 계속 무언가를 하고 싶어 했다. 토스 해줘! 라든가, 플라잉 알려주세요! 라든가, 등등. 하지만 무더운 여름은 아무리 씩씩하고 의욕이 넘치는 소년들의 열정을 빼앗아가는 마력이 있었다.

 소년은 젖은 티셔츠가 조금씩 달라붙는게 왠지 신경이 쓰여 옷을 갈아 입었다. 갈아입기 전에 샤워도 했다. 합숙을 하고 있는 이곳은 왠지 샤워를 자주 하지 않으면 모기에 잔뜩 물려버릴 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한 번도 물린 적이 없지만. 바삭바삭하게 햇빛에 마른 흰 티셔츠를 꺼내 입고 머리를 탈탈 털어서 말렸다. 나츠 머리를 말려줄 때는 어디서 들은 것은 있어 수건으로 꼭꼭 눌러서 말려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니면 선풍기라든가. 머리에 물기가 어느정도 가시고 나자 히나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비적비적 조금 낯선 곳을 돌아다녔다. 햇볕에 물기가 조금 머무르던 머리는 금방 마르고 말았다. 그리고 샤워한 것이 무색하게 땀이 다시 났다. 어디 그늘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그늘이 있는 정자를 찾았다. 그리고 정자 기둥과 기둥 사이로 살짝 보이는 빨간색 학교 유니폼과 검은 머리가 반쯤 올라온 금발 머리칼도. 켄마다. 가까이 다가간 히나타는 익숙한 핸드폰 게임 소리에 웃고 말았다. 켄마, 하고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쇼요."

 

 

 하고 제 이름을 부르는 그에 히나타는 웃었다. 응, 켄마. 여기 있었구나! …응. 뿅, 뿅뿅, 뾰뵤뵹. 통통 튀는 전자음은 곧 멎었다. 게임 안 하냐고 물음을 던지려고 했을 때 히나타는 저를 쳐다보는 시선에 입술을 다물었다. 밝은, 네코마라는 학교 이름다운, 고양이를 닮은 눈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코즈메는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쇼요. 응. 이리 와. 조곤조곤, 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는 활짝 웃으며 신발을 벗고─사실 발로 대충 밀어 벗어던진 것이기에 내동댕이쳤다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시원하게 그늘진 정자 바닥에 엉덩이를 붙여 앉았다. 그리고 곧 앉아있는 무릎을 베고 누울 수 있었다. 쇼요, 졸리지 않아? 하며 제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그에 끌리다시피 머리를 기울이다가 그렇게 된 것이기는 하지만. 날은 무더웠지만, 산바람이 솔솔 불었다.

 코즈메는 금방 잠들어버린 히나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마 합숙이 끝나고 돌아가면 까무잡잡까지는 아니어도 제법 탄 얼굴을 보며 놀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를 보고, 제게 향하는 토스를 보고, 팀원을 보고 곧장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입술과 작고 동그랗지만 제법 뚜렷한 궤적을 그리는 코와 조용히 감겨있지만 깨있을 때는 누구보다 더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담긴 눈매와 곧은 눈썹과 말간 이마를 꼼꼼하게 보던 코즈메의 고개는 점차 내려갔다. 자유로운 성격이라고 해야할까. 제멋대로 뻗은, 힘이 빠진 손을 보다가 코즈메는 고개를 조금 더 숙였다. 쪽.

 

 

"…으으응, 켄마? 으에엑, 나 잔거야?"

 

 

 막 샤워를 하기도 했고 바람이 시원해서 금방 자버린 것 같다며 조금은 민망해하는 얼굴을 보며 코즈메는 조용히, 작게 웃었다. 어디서 본 글과 같다면 쇼요의 입술도 이런 느낌일까. 자고 있었는데 왠지 민망해서 입술이 아니라 손목에 입을 맞췄지만, 그것도 기분이 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코즈메의 시선은 손목을 잠깐 스쳤다 기대감에 들떠있는 히나타의 얼굴을 직시했다. 태양은 이제 머리 정중앙에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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