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6월 10일 개최 예정인 이와이즈미 하지메 오른쪽 온리전
<4랑방 에이受> 돌발본입니다.
수량조사 링크 http://naver.me/5hx0oodq
(사이 사이에 엔터가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엔터가 안 들어 갑니다...!)
이와이즈미는 갑자기 귀에 들이닥치는 빗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굵직한 빗줄기가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난봄에 손님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창을 갈지 않았다면 분명 비가 들이쳤을 것 같았다. 비가 온지 얼마나 되었을까. 흐릿한 창 너머의 풍경은 바다에 푹 담갔다가 뺀 것처럼 푹 젖어있었다. 비는 얼마쯤 올까. 이와이즈미는 만지고 있던 반죽을 내려놓고 그 풍경을 한참 바라봤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차양막을 펼쳐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릇에 랩을 씌워두고서 손을 씻었다. 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우산꽂이와 그가 쓸 우산을 꺼내 갖고 내려왔다. 문을 열자 먹먹하게 들렸던 빗소리가 귀를 찔렀다. 바지가 금방 젖었다. 일단 우산 꽂이를 문 왼쪽에 두고서 우산을 펼쳤다. 촌스러운 무지개 색깔 우산은 우산이라기보다는 파라솔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그럴듯하다 싶을 정도로 큼직했다. 묵직한 우산을 손에 들고서 가게 안에서 신는 신발에서 간단한 게다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가게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묵직하여 어깨에 얹은 우산 안으로, 우산 천을 마구 두드리는 빗소리로 가득 차올랐다. 비를 맞지 않는데도 비를 맞고 있는 것만 같아 괜히 한 손을 들어 젖지도 않은 정수리를 만졌다. 그는 손을 뻗어 빗물에 먼지가 씻겨간, 하얀 핸들을 잡아서 슬슬 돌렸다. 천천히 머리 위로 넓지는 않지만 그나마 비를 피할 데를 만든 이와이즈미는 핸들을 놓고서 우산을 접었다. 바람 때문인지 차양막을 최대한 길게 뺐지만 신발과 바지가 젖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문 앞에서 우산을 대충 털었다. 세게 흔드는 것도 아니고 그냥 툭툭, 바깥에다가 대고 치는 것이었지만 매달려있던 물방울이 두두둑 떨어졌다.
우산에 매달린 끈으로 벌어지는 천을 여미고서 문가에 세워둔 이와이즈미는 문을 닫고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걸레로 젖은 자리를 말끔하게 닦아내고서 설마, 하는 마음이면서도 곱게 접은 마른 수건들을 테이블에 가지런히 쌓아두었다. 이정도면 되지 않을까. 옷을 괜히 툭툭 턴 이와이즈미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덮어둔 반죽을 다시 꺼내 손에 쥐었다. 조금씩 반죽을 떼어내고 틀에 조심스럽게 반죽들을 넣어 모양을 찍어내고, 손에 익은 매끈한 삼각봉과 손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곧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비에 젖은 바람이 훅 얼굴에 끼쳤다. 단정하게 수건을 두른 짧은 머리칼이 흔들렸다.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들었다. 비에 푹 젖어있는 남자가 문을 잡고 서있었다. 그는 반죽을 도로 집어넣었다. 오늘은 영 집중을 못하는 것 같다며 만든 화과자를 조심스럽게 옮겨놓고, 손을 가볍게 닦아내며 어서 오세요? 하고 말했다. 손님인걸까, 비를 피하려는 과객일까. 이와이즈미는 제 목소리에 의아해하는 티가 많이 묻어났다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
남자는 푹 젖어서 찌꺽거리는 구두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큼직한 발자국이 질퍽질퍽 나무 바닥에 찍혔다. 희끄무레 보이는 남자의 얼굴은 하얗고 창백해보였다. 비를 많이 맞은 것일까. 그는 몸을 돌려서 급하게 전기 포트에 물을 쏟아 넣고서 전원을 켰다. 작은 소음을 잊으려고 하며 이와이즈미는 다시 손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가게 조명에 이와이즈미는 남자의 머리칼이 진한 분홍색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은 젖어서 진한 분홍색이 된, 연한 분홍색 머리일지도 몰랐다. 이와이즈미는 옛 사랑을 떠올렸다. 다시 시선을 내려 창백한 얼굴을 봤다. 빗물에 젖은 얼굴은 말랐고, 눈두덩이 푹 꺼져있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입을 달싹거렸다. 이와이즈미는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겁이 났다. 겁인가? 몇 년 만인가. 몇 년 만에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는가. 먼저 입을 연 것은 남자 쪽이었다.
하지메.
이와이즈미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 그 하얀 얼굴을 바라보다 손을 들었다. 남자는 손끝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손끝이 가리키는 수건에 다가가 정성스럽게 접혀져있는 것을 풀고 머리에 덮었다. 물기를 닦아내다가 탈탈 털었다. 머리칼이 흔들렸다. 흔들렸다. 이와이즈미는 현기증을 느꼈다. 서있는 것이 왠지 불안해서 작업대에 손을 얹었다. 수건을 잡고 있는 저 하얀 손…. 입술에 눈가에도 힘을 줬다. 작업대를 잡고 있는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한 끝 위는 벌겋게 손톱에 눌려있었다. 하얗고 벌겋게 질린 열 개의 손가락. 그는 점점 더 작업대를 세게 잡았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물기를 조금 닦아냈지만 여전히 걸음마다 질퍽거리는 소리를 내는 남자는 고개를 숙여 물기를 잔뜩 먹은 신발을 바라봤다. 그러다 질퍽, 질퍽,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와이즈미. 남자의 목소리는 퍽 다정했다. 힘을 준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남자는 입을 달싹거렸다. 그러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에게 숨을 불어넣는 것처럼 속삭였다.
…하지메.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저도 모르게 흔들었다. 주먹을 꽉 쥐며 손바닥에 손톱자국을 냈다가 작업대를 틀어쥐기를 반복하며 참고 억누르던 눈가가 일렁거렸다. 흐윽. 먼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핏자국을 보이며 울음소리를 냈다. 남자는 손을 들썩였다. 그러다 결국에는 손을 들어 뺨을 만지고 입가를 조심스럽게 훔쳤다. 엄지손가락에 피가 묻어났다. 이와이즈미는 손을 들어 남자의 손을 쳐냈다. 잔뜩 참고, 참아서 벌게진 눈을 하고도 눈물을 안 흘리려고 했다. 그러나 눈물은 곧 뺨을 타고 흘렀다. 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얀 얼굴은 난처해했다.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쩔쩔매는 얼굴을 바라보며 이와이즈미는 핏물에 젖은 입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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