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하나이와



하나마키는 바로 곁에 잠들어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콩깍지를 들어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자 노력하면 그는 예쁜 구석은 없는 평범한 남자일 것이었다. 사람의 머릿수만큼 미인의 기준도 다양하겠지만, 그가 어려서 가장 먼저 맞닥뜨렸던 미인, 백설공주의 흰 피부, 진한, 검은 머리칼과 붉은 입술을 떠올리며 그를 다시 바라봤다. 그는 흰 피부는 커녕 햇빛에 잘 그을려 건강한 인상을 주었고, 검은 머리칼은 맞았지만 기르기가 무섭게 짧다랗게 자르기 일쑤였기 때문에, 더운 여름날, 목덜미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어도 바람이 한 번 불면 시원함을 고스란히 독차지 할 것처럼 보였다. 자신을 '타카히로'라고 부르는 데 익숙해진 그의 입술은 조금 얇다는 느낌을 주었고, 건강한 혈색을 띄었지만 틴트를 바르지 않았는데도 붉은 입술을 가졌다는 어떤 배우와 비교를 하자면 예쁜 분홍색에 가까울 것이었다─하나마키는 신음했다. 그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했다. 하나마키는 고통스럽게 덜어냈던 콩깍지를 아주 편한 마음으로 눈에 얹었다. 제 눈에 사랑스러우면 그만이었다. 그는 흐뭇한 얼굴을 하고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하고서 잠깐 눈을 깜빡거리는가 싶더니 금방 잠들어버려 하나마키는 조용한 오후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는 자신이 이렇게 낮잠을 자버리면 깨워달라고 말했지만, 하나마키는 그를 더 재우면 재웠지 깨울 수 없었다. 매일 같이 보양식이라도 먹이면 덜 피곤해할까. 가까이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애교살 즈음에서 떨어져있는 속눈썹을 발견했다. 소파 등을 한쪽 팔로 감싸쥐면서 몸을 한껏 낮춘 그는 오른손을 탈탈 털었다. 괜히 긴장이 되었다. 그냥, 일어나서 세수하고 오라고 하면 될 일일텐데. 그러나 그는 엄지와 검지를 구부렸다. 조심, 조심, 또 조심. 아주 조심스럽게 손이 얼굴에 가까워지는 동안에 그의 숨은 점차 약해졌다. 그리고 이윽고는 입술을 꾹 다물고 손가락 끝, 손톱만을 움직여 속눈썹 끝을 꼬집었고 하나마키는 안심하며 손을 떼냈다─그가 눈을 뜨지 않았더라면 완벽했을 것이었다. 헉. 너무나도 놀란 그는 팔로 소파에 지탱한 것이 무색하게 그의 위로 무너졌다. …타카히로, 키스라도 하려고 했어? 그는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오르는 것 같아 그의 품에 얼굴을 더 숨겼다. 갑자기 위에서 쏟아진 무게에 잠에서 깨어난 이와이즈미는 비몽사몽하며 반사적으로 토닥였다. 그 손길이 다정하여 그는 흐어엉, 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그냥, 속눈썹이 눈에 띄길래, 그거 하나 떼주려고 했는데, 놀랐잖아…. 갑자기…눈 떠서, 놀랐어? 으응. 애교가 섞인 말투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잠깐 사이인데도 목이 잠긴 것 같아 그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속눈썹은 뗐어? 응. 그러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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