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0316


 

 

누군가 날 생각하면 신발 끈이 풀린다는 말 (이은규_ 매화, 풀리다)

 

 


 

 두 사람은 종종 길을 같이 걷고는 했다. 아니, ‘종종’이라고 말할 정도의 빈도는 아니었다. 그들은 제법 많은 시간을 말 없이 함께 걷는 걸로도 보냈기에 ‘자주’라고 하는 것이 조금 더 옳으리라. 길을 걷다가, 복작복작한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사먹고, 또 길을 걷다가, 예쁜 꽃을 풍경을 당신을 보고 사진을 찍다가, 길을 걷다가,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버렸는지 비틀거리는 바람에 마주 잡고 있지 않은, 반대편 손이 어깨를, 등을 감싸며 부둥켜 안았을 때 그는 난처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고. 어디에 걸려넘어진게 아니라, 제 신발 끈을 밟고 넘어질 뻔했다는 것은 왠지 부끄러운 일이었다. 발자국이 남아버린 신발 끈을 바라보다가 그걸 묶으려 몸을 숙이자 그는 어깨를 가볍게 쥐고 살짝 밀어 바로 서게 했다. 그리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의 신발 끝을 예쁘게, 그리고 단단하게 묶어주었다. 자아, 됐어요. 이러면 당분간은 안 풀릴 거예요. 끈이 잘 풀리는 류일지도 몰라요. 이렇게 풀려버린게 한두 번이 아닌걸. 이런. 그러면, 좀 더 꼼꼼하게 묶어야겠네요. 그는 단단하게 묶은 신발 끝을 다시 풀고 처음서부터 조금씩 매만졌고, 재차 단단하게 묶었다. 집에 가는 동안에는 안 풀리길 빌어야죠. 사실 풀려도 상관 없어요. 그는 웃었다. 그리고 손을 살살 털었고 망설이던 것을 손을 뻗어 맞잡았다. 왜, 안 잡아줘요? 손이, 추운데. 그 말에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당신 신발 끈은 내가 맨날, 은 아니어도 자주 묶어주니까, 내 생각이 들겠네. 그렇죠? 그런 말을 속삭이는 푸른 눈동자에 그는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웃었고 대답했다. 당신 생각을 하면 신발 끈이 풀리는 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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