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카츠빅토




눈을 떴을 때 세상은 그림자 속에서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커텐을 치는 것을 까먹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카츠키는 팔을 뻗어 이불을 좀 더 끌어올려 덮고 밤 동안에 드러났을 것이 분명한 팔뚝을 천천히 쓰다듬다 끌어안았다. 손끝에 닿는 그의 팔뚝은 차가웠다. 이불을 신경쓰는 것보다 사실 잘 때 얇은 긴팔이라도 입는 것이 나을테지만 잠들 즈음에는 번번이 잊어버렸다. 약간 눅진해진 공기나 달아오른 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등을 끌어안은 손끝, 허리를 단단히 감싸는 허벅지나 종아리를 가볍게 문지르는 발등 같은 것들은 자신을 놔주지 않았다. 벗어날 생각도 없었지만. 차분하게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은 조각상처럼 느껴졌다. 카츠키는 정성스럽게 조각한 조각상에 숨을 불어넣어 움직이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신의 축복, 사랑, 정성으로 빚어낸 피조물. 흘러내리는 은빛 머리칼도, 지금은 보여주지 않지만 햇살이 비쳐들면 시리도록 파랗게 빛나는 눈동자도, 사랑스러운 눈웃음과 입모양도 자신에게는 이제 누구보다도 그 어떠한 것보다도 소중해져서…놓치고 싶지 않았다. 빅토르, 나의 빅토르, 사랑하는 빅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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