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종이접기

 





 그는 아무래도 음악을 가르치니 쉬는 시간에도 악기를 연주하리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그는 차와 함께 짧은 영화를 한 편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을 조금 더 좋아했다. 아무래도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생업이었던 것이 오래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었다. 물론 악기를 사랑하기에 꾸준히 악기를 연주하고, 연습하고 있지만. 교사가 되고서부터는 생각보다 늘어난 여가시간에 어쩔 줄을 몰라했지만, 그는 금방 이전에 바라던 것들을, 그리고 흥미로워보이던 것들을 떠올려 하나씩 이뤄냈다. 그리고 최근에 그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종이접기었다. 어느 날, 부드러운 종이 비단잉어와 토끼를 받게 된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 복도를 지나가다가 발견한 비단잉어를 한참 바라본 날이 있었다. 그 빨간 비단잉어가 어찌나 고왔는지, 커다랗게 접어 그 안에 촛불을 넣으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문득 했었다. 학을 접는 것도 많이들 어려워하고, 본인도 잘 접지 못하는터라 어떻게 이런 걸 접었을까 하고 구경하다가 그대로 지나갔고, 그 뒤로 그 비단잉어가 치워지기 전까지(아니면 집에 가져갔을지도 모른다, 고 당시의 제임스는 생각했다.) 복도에서 매번 그 비단잉어를 구경하고는 했다. 선생님, 종이접기 좋아해요? 수업이 끝나고 웃음이 밝은 아이가 하는 말에 제임스는 조금 어리벙벙하게 응? 하고 되물었다. 그리고 그 날 제임스는 종이접기 책을 선물 받았다. 학생한테 이런 걸 받다니, 참. 하고 제임스는 키트에게 그런 일을 얘기하며 부끄러워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부터 음악실 책상에는 색종이와 가위, 풀 같은 것들이 서랍 안에 조금 쌓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것부터 접어 차곡차곡 모아뒀다. 그리고 학이 제법 잘생겨질 즈음에는 다른 것에도 과감하게 도전하기 시작했다. 요근래 그가 가장 집중해서 접는 것은 바로 장미꽃이었다. 처음에는 꽃이라고도 부르기 민망한 모양새였지만, 익숙해진 지금은 꽤나 모양이 나서 빨간색만 있는 색종이를 따로 사서 하나씩 접고 있었다. 햇빛이 비쳐드는 음악실, 선생님의 손끝에 빨간 물이 드는 것은 누구나 아는 비밀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빨간 장미꽃이 가득 찬 상자를 수줍게 건넨 것은 두 사람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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