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하나이와


어느 날, 점심 시간




 하나마키.

 …응.

 이와이즈미의 옆에는 웬 일로 오이카와가 없었고 하나마키가 있었다. 오이카와는 두 사람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 적당히 그늘이 지는, 나무 아래에서 이와이즈미는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았지만 배가 많이 고팠던 탓에 도시락에 코를 박다시피 하며 맹렬한 기세로 젓가락을 놀렸다. 하나마키는 그의 앞에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쭉 내민 채로 양 턱을 손으로 받쳤다. 그러기를 한참 이와이즈미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도시락에서 고개를 들었다.

 양 손으로 턱을 받히고 입술을 쭉, 눈썹도 입술처럼 삐죽거리는 모양새인지라 이와이즈미로서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이 있는지 아니면 어떤 기념일이 있는데 자신이 놓쳤는지 등을 생각하고 있었다. 딱히, 놓칠 만한 일도 없는데. 이와이즈미는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했던 달력을 떠올리며 기념일에 대한 것은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그러면 잘못한 거? …잘 모르겠네.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나마키가 삐친 얼굴을 하며 제 앞에 앉아있는 것이 귀엽고 잘생겨보였기에 제대로 코가 꿰이긴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는 잘생겼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오이카와가 언제나 여자애들을 몰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탓에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지 가끔씩, 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잦은 빈도로 그의 사물함이나 신발장에 러브레터가 들어있는 것을 이와이즈미는 알고 있었다. 저 독특한 머리색깔이 위화감없이 어울리는 것도 그가 잘생겼기 때문일 것이었다. 잘생긴 얼굴에 큰 키, 손도 큰 편이고, 사람을 웃게 하는 유쾌함과, 놓치지 않는 예의, 배려가 느껴지는 행동, 약간의 애교, 괜찮은 성적, 이와이즈미는 하나 하나 그의 장점을 나열하면서 조금 머리가 아늑해지는 것을 느꼈다. 약간 멍하게 바라보고 있자 그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잔뜩 볼을 부풀렸다가 푸, 하고 소리를 내뱉기도 하는 것을 보며 이와이즈미는 도시락을 먹으려고 쥔 젓가락을 몇 번이고 고쳐쥐었다. 그러다 결국에는 도시락을 옆에 내려놓았고 턱을 받치고 있는 두 손 위로 손을 겹쳐쥐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타카히로. 무슨, 속상한 일이라도 있어?


 다정한 목소리에 하나마키는 내밀고 있던 입술을 쏙 집어넣고 말았다. 사실 이와이즈미가 밥을 먹는 앞에서 그러고 있었던 것은 별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있는 수업이 너무나도 재미없는 수업이었고, 점심시간이 끝난 이후에는 물론 짬짬이 쉬는시간에 찾아와서 얼굴을 보면 되겠지만 그래도 모자랐다. 부활동은 한참 멀게만 느껴지고, 밥을 먹고 있는 얼굴은 잘생겨보여서 누가 이런 잘생긴 이와이즈미를 낚아채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속으로 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들을 가로질러 순간 다가오는 얼굴에 하나마키는 귓가를 붉히고 말았다. 걱정이 담긴 얼굴에 하나마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얼굴이 어디가 못생겼다는 건지. 그에게 못생겼다고 하는 오이카와의 입을 가끔은 꼬집고 싶었고 여전히 꼬집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하나마키는 턱받침한 손을 빼려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힘이 쭉 빠져버려서 손을 가만히 두었다. 정말 없어? 어, 지, 진짜야. 그냥, 너 생각하고 있었던…거야. 반질반질한 까만 돌맹이 같은 눈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갈비뼈로 둘러쌓인 채로 뛰고 있어야하는 심장이 겁도 없이 목젖으로 기어올라와 두근두근 뛰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얼굴이 빨개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조금은 한심해보이려나. 하나마키는 그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샐쭉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속으로 숨을 삼켰다.

 이와이즈미는 자신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그 행동에 되려 생각이 많아졌다. 왜 이러지? 정말 무슨 일이 있는건가? 왜 피하는 거지? 복잡해지는 머릿속과 함께 이리저리 그를 살펴보던 시선은 이윽고 그의 귀에 닿았다. 하나마키는 쑥스러워하면 귀가, 특히 부드러운 곡선을 한 귓불이 빨개지고는 했는데 지금은 귓불을 넘어 점점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기에 이와이즈미는 그의 뺨과 손을 붙잡고 있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와 조금은 다급하게 손을 뗐다. 아참, 학교지. 학교야. 이와이즈미는 제 행동이 꽤 과감했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도시락을 손에 들고 젓가락을 쥐었다. 약간의 뻘쭘함이, 쑥스러움이 흘렀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소리와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는 흘러갈 뿐이었다. 괜히 엇나간 젓가락이 도시락을 톡톡 건드리고 있을 때 먼저 입을 연 것은 하나마키였다.


 있잖아, 이와이즈미.

 응.

 좀, 그만 잘생기면 안돼?


 푸흡. 조금이라도 더 고개를 늦게 돌렸더라면 자신은 그의 얼굴에 실수를 했으리라. 식은땀이 등을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잘생겼다라니. 이와이즈미는 자신이 뭔가 헛 것을 들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농담이라고 말하려고 해도 하나마키의 얼굴은 꽤, 억울함을 담고 있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꾸할지를 몰라 입술을 달싹거릴 뿐이었다.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뭐라고 말을 해야하는 거냐. 이와이즈미는 자신이 사랑하는 미남이 내린 시련이 가혹하게 느껴졌다. 여기서 자신이 뭐라고 말을 해야하는가. 진심이야? 아냐, 그건 좀 아니야.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장난기가 많기는 한데 장난으로 말을 하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이와이즈미는 신음했다, ─ 무슨, 오이카와처럼 미남을 사랑한 죄라고 할 수도 없고. 입술을 한참 달싹거리던 이와이즈미는 솔직하게 대꾸하고 말았다.


 별로, 내가 잘…생겼어?


 이어지는 하나마키의 열렬한 끄덕임에 이와이즈미는 약간 눈을 감고 싶어졌다. 어찌하여 이 아오바죠사이 고교의 미남이 제 앞에서 이런 말을 하고야 마는 것인가. 그래, 날 사랑한다니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는 거겠지. 그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하나마키는 눈썹을 들어올리며 단호한 말투로 잘생겼어, 하고 단언했다. 애인에게서 듣는 잘생겼다는 말이 낯간지럽기야 하지만 기분이 나쁠리가 없었다. 잘생겼다고 표정으로 단언하는 하나마키의 앞에서 이와이즈미는 간지러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고 살짝 미소지으며 ─하나마키는 그 미소에 조금 넋이 나가고 말았다, ─ 입을 열었다.


 네 앞에서는 내가 제일 잘생기면 좋겠는데.


 으으윽. 하나마키는 앉아있던 그대로 뒤로 철푸덕, 드러누워 버렸다. 이름이 지나간 귓구멍으로 깃털이 들어가기라도 했는지 간질간질거려서 잔뜩 고개를 흔들고 싶었고 하나마키는 솔직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 정말, 정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이러는 건 반칙이야, 정말. 잔디 위에서 버둥거리는 것을 보며 이와이즈미는 웃음을 터뜨렸고, 어느새 비워진 도시락 통을 정리하고 난 뒤 그를 잡아 일으켰다. 그만 일어나. 풀물 들겠어. 그렇지만, 아, 진짜, 너무해. 이와이즈미.




'write > HQ'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이와  (0) 2016.10.02
하나이와  (0) 2016.08.26
하나이와  (0) 201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