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오이이와

 ...


 

 

 

 

 

 

 

 햇빛이 커텐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렸다. 창가 자리는 더워서인지 아니면 점심시간이기 때문인지 비어있었다. 바로 뒷문 앞에 있는 자리는 짧은 스포츠머리를 한 소년, I는 포갠 팔 위로 뺨을 대고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분명 수업시간에는 깨어 있었지만, I는 잠들어 있었다. 흔한 코 고는 소리도 없이 아주 가까이서 귀를 대고 들어야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잠든 I는 습관처럼 미간 사이를 구기고 있었고 이따금 손가락을 움찔거렸다. 그 단잠을 방해하는, 호탕하다 싶은 뒷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O는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눈이, 부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앞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의자를 꺼내어 앉고서 손으로 빛을 어설프게 가렸다. 손이 크기는 하지만 햇빛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허술한 손틈 사이를 파고드는 햇빛에 짧은 속눈썹 아래가 환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던 O는 이윽고 그 손을 그대로 내려 움찔거리는 눈두덩이 위로 살포시 얹었다. 얼굴이 제법 가려지는 것을 바라보며 O는 미소지었다. 그 미소를 만약 곤히 잠든 I가 눈을 뜨고 목격했더라면 조금 진심으로, 징그럽다는 얼굴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절로 지어지는 것을 어쩌겠냐며 속으로 툴툴거렸다. 점심시간인데도 나타나지 않는 모습에 직접 찾아왔는데 I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피곤했던걸까. 평소에 자신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말을 하던 입술을 생각하던 O는 비죽비죽 입술 사이서 새어나는 웃음을 어쩔 줄 몰라했다. 빨리 일어나면 좋을텐데. 같이 점심 먹자고 해야지. 두 번 먹어도 좋으니까……. O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손으로 가려지지 않은 I의 나머지를 바라봤다. 얼마나 그 얼굴을 그렸을까, O는 손바닥에 살짝 닿은 속눈썹을 느끼며 손끝을 움츠리고 장난스럽게 I의 애칭을 입에 담았다. 이와쨩. 설마 입맛이 없다거나 그런거야? 설마?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을 걸면서도 O의 고개는 점차 자신의 손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숨이, 닿았다. …손 치워, 쿠소카와. O, 그러니까 쿠소카와로 불린 오이카와는 에에,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이와쨩, 하고 입술을 비죽거리며 툴툴대면서도 얌전히 손을 치웠다. 점심시간 아직 안 지났어. 점심 먹자. …설마, 안 먹었냐? 편식하지 말고 꼬박꼬박 챙겨먹으라고 했잖아, 라고 쏟아나올 잔소리에 살짝 눈을 찡그리고 있던 오이카와는 순간 조용함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이와쨩? 이와이즈미는 가만히 오이카와를 바라봤다. …밥 먹으러 가자고. 굼벵카와. 그 목소리에 너무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의 뒤를 따르다 옆으로 가면서도 오이카와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좀 이상했는데. 물론 이와이즈미는 죽어도 잔소리를 하지 못한 이유를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었다. 들이찬 햇빛에 반사된 그 머리칼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자신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얼마나 반짝였는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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